모두가 같은 마음과 가치관을 갖고 산다는 건 비현실적이다. 그래서 팀 문화를 만드는 게 늘 어려웠다.
더구나 조직에 리더십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방향도 어긋나기 마련이다.
애자일이 참 어렵다.
늘 만족스러웠고, 내 스스로도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나를 갈아 넣을 정도로 팀에 기여했던 상황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바뀌고 나니 처음엔 괜찮았지만 점점 갈수록 나도 헤매었던 것 같다. 나 조차도 의지하고 싶은 언덕이 사라졌으니까.
게다가 팀이 해체됐다.
높으신 분들의 사업적 결정은 어찌할 수 없지만, 그동안 이랬다 저랬다 하는 상황이 점점 갈수록 나도 모르게 지쳐왔던 것 같다.
그동안 너무 이상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대하며 철 없이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.
그래서 그런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. 아니, 최소한 기존 상황에서 멀어지고 싶었다.
내가 다 같이 함께 했으면 하는 사항들이 동료들의 현실 상황에 의해 안 됐던 것들도 없진 않았다.
반대로, 현실상황을 따져 내가 결정했던 사항들이 동료들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시켜줬을까?
나도 잘 만들고 싶지만, 일정을 따지고 리소스를 생각하자면 늘 그럴 수만은 없더라. 나도 이상을 던지고 싶진 않다.
모르겠다. 내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고, 그러기엔 주제넘은 생각이다.
팀과 직무가 바뀌었다. 상황도 그럴 상황이었지만 내 스스로 선택했다.
초면에 인정해 주시고 대우해 주시는 것에 취해있지 말자. 나 한 거 없다. 허와 실을 잘 구분해야 한다.
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지만, 새로운 분들께 민폐주진 말자.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빼겠나?
수평적인 회사 생활이기 이전에 그들은 나보다 어른이시다. 나의 문화와 다를 수 있다.
그러니, 겸손해야 한다.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. 부모님의 말을 잊으면 안 된다.
새로운 환경에서도 늘 잊지 말아야 한다.
- 교과서적인 답을 하는지 현재 상황에 맞게 답을 하는지, 몰라서 넘기는 건지 내가 생각을 더 해봐야 하는 문제인 건지
- 새로운 개발을 하는 기술인지, 개발된 내용을 사용하는 기술인지. 검색해서 적용하는 건 본인의 실력이 아니다. 모두 이해하고 적용했나?
- 내가 작업한 사항에 대해 구멍은 없는지, 더 잘 만들 순 없는지 고민하고 경험 많은 분들께 여쭤봐야 한다.
사용하는 도구가 달라졌다. 백엔드 개발자가 중시해야 할 사항들을 새 환경에서 온전히 다 도와주실 순 없다. 게다가 모두의 시간은 늘 한정적이다. 어쩌면 내 욕심이다. 그렇지만, 요구할 건 요구하자.
반대로 동료들이 바라고 회사가 내게 추구하는 사항들을 내가 다 해줄 수 있을까? 직무를 바꿨다면 그에 맞는 옷을 입고 행동하자.
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고 살 순 없잖아.
내가 스스로 결정했는데 이게 현실 도피가 되면 안 되지 않을까? 그러니 사서 고생한단 말을 듣지...
아무래도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생각이 자꾸 쓸데없이 깊어지는 것 같다.
일단 좋은 점만 생각하고 견뎌보자. 내가 진정으로 다시 재미를 찾지 못할 때라면 떠나도 무방할 것 같다.
지금은 그저 조직과 나 모두가 성장통을 겪는 시기이지 않을까.
내 스스로를 갈아 넣진 말자. 실장님이 늘 귀 아프도록 말씀하셨던 80% 텐션 유지를 잊지 말자.
그렇다고, 현실에 안주해서 권태로워지진 말자.